[창제적 시점 #10] 어디로 갈지 모르고 떠나는 여름휴가여행은 삶과 신앙에서 중요한 주제이기에지난 2024년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 영월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영월로 여름휴가를 다녀 온 이유는 영월에 특별한 연고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영월군청에서 공고한 ‘영월 일주일 살기’에 우리 가족이 지원하여 참가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참가자로 선정되면 숙박비와 활동비 일부를 지자체로부터 지원받고, 참가자는 의무적으로 SNS에 지역의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포스팅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지역의 관광자원을 홍보해서 좋고, 참가자는 지원금을 받으며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막상 ‘영월 일주일 살기’를 해보니 예상치도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여행 중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근처에 갈 수 있는 소아과가 없었다. 또한 배가 고파서 숙소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그 숙소까지 음식이 배달되지 않았다.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 수십km 떨어져 있었다.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 가족으로서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불편의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지며 이제 우리 가족에게 ‘영월 일주일 살기’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회자된다.
안타깝게도 작년에는 여러 사정으로 온전한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올해에는 ‘영월 일주일 살기’처럼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여러 군데 알아보았다. 가장 먼저 지원한 곳은 충북 보은이었다. 보은은 현재 우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가지 관광자원이 많은 편이라 아이들과 놀기 적합해 보였다. 그런데 지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은군청 문화관광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보은군 일단 살아보기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7월 모집에 미선정되어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문자를 받고 여러 번 반복해서 살펴보았다. 미선정 되었다는 문자를 이렇게 공손하면서도 간결하게 보내다니. 당연히 보은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이라 믿었는데,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으니 뒤통수가 얼얼했다. 얼얼한 뒤통수를 부여잡고 부랴부랴 다른 여행 후보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경북 김천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김천의 여행 프로그램은 소수 정예로 진행되며 지원금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었다. 그렇게 꿩 대신 닭, 보은 대신 김천이라는 마음으로 김천의 여행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결과는 미선정이었다. 심지어 미선정되었다고 따로 연락도 못 받았다. 발표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서 탈락했구나 생각했다. 보은과 김천마저 떨어지고 나니 급격하게 자신감이 상실되었다. 그러던 차에 경남 함양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함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며칠간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최종 참가자로 선정되었다는 문자였다. 3번의 도전 끝에 여름휴가가 함양으로 결정된 것이다.
히브리서 11장 8절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믿음으로 순종하여 나아갔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어디로 가는 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떠났다고 한다. 분명한 목적지는 알지 못하였지만 하나님이 “가라”라고 명령하시니 아브라함은 미지의 세상을 향해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나그네’이자 ‘여행자’로서 아브라함은 자신의 삶에 가득한 불확실성을 온몸으로 감내했다. 신학자 요르그 리거가 집필한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에서는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독교는 길 위에서 움직이는 신앙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은유 이상이다. 다음 위치를 정하고 끊임없이 위치를 옮기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핵심적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삶과 신앙에서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휴가 기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든 해외든 어디로 가든지 여행을 통해 우리의 신앙은 길 위에서 움직이는 신앙이 될 것이다. 여행 중에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가족들과 의견 다툼이 있어도 괜찮다. 그러한 여행 중의 불편함과 삐걱거림이 우리가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분명한 생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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